심상치 않은 레이 EV
지난 9월, 기아가 레이 EV를 출시했다. 온전한 실적을 낸 달은 10월이 처음인 가운데, 이 차의 판매량이 심상치 않다. 먼저 출시된 선배 모델과 몇 백대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선, ‘이 배터리’ 탑재로 원가를 절감해 합리적 가격대를 갖춘 경형 전기차라는 점이 어필한 것으로 봤다. 대체 얼마나 팔렸길래, 이렇게 주목을 받는 걸까? 함께 살펴보자.
레이 EV가 3위를? 놀라운 실적
아이오닉5와 EV6가 지난 10월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맞춰 진행한 추가 할인 전기차 대상이었다. 그런데 기아에 따르면 지난달 레이EV는 1300대가 팔리면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중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먼저 출시된 아이오닉6(472대)과 EV9(833대)보다 월등히 많이 팔렸다. 심지어 아이오닉5(1471대), EV6(1564대)와 불과 200대 안팎의 차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전기차 할인 대상에서 제외됐음에도 이 정도 판매량은 주의깊게 볼만한 만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의외의 실적 덕분일까? 다른 전기차에 비해 레이EV는 출고 대기 시간이 길다. 11월 현대기아차 납기표에 따르면, 이 차의 대기 시간은 5~6개월이다. 같은 달 다른 전기차들은
▶ EV6 : 3~4주
▶ EV9 : 3~4개월
▶ 아이오닉5 : 4주
▶ 아이오닉6 : 3주
인 것을 감안하면 꽤 차이가 있다.
레이 EV, 흥행은 예견된 일?
레이 EV의 흥행은 사전계약 때부터 이미 조짐을 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이 차는 사전 예약에서만 6000대를 기록한 바 있다. 이 중 개인 고객이 전체의 약 55%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3040 세대가 72%였다. 당초 기아는 올해 레이EV 판매량 목표치를 4000대로 잡았는데, 사전계약에서 이미 50% 초과 달성했다
레이 EV, 최근 실적의 비결은?
업계에선 이 같은 레이 EV의 인기 비결 두고 두 가지를 언급했다. 첫 번째는 가격이다. 레이EV는 중국 CATL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원가를 낮춰 국내 최초 출시된 경형 전기차다. 판매 가격(4인승 승용 라이트 기준)만 놓고 보면 2775만 원이라 높다 생각할 수 있지만, 보조금 적용 시 2000만원 초반대에 구매도 가능해 ‘가성비 전기차’라는 평가도 받았다.
두 번째는 성능이다. 레이 EV 1세대 모델은 출시 당시 SK이노베이션(현 SK온)이 만든 16.4kWh 배터리가 장착됐는데, 복합 주행 가능거리는 91km에 불과해 ‘국내 최초 양산형 전기차’였지만 대중의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선보인 레이 EV는 배터리 용량을 두 배 가까이 늘린 35kWh LFP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주행거리(환경부 인증 기준)가 210㎞에 달한다. 참고로 도심 기준은 238㎞, 고속도로 기준은 176㎞다. 여기에 성능이 30% 가량 개선된 최고출력 64.3㎾의 모터도 장착했다.
에디터 한마디
기아는 레이 EV를 두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를 장착해 구매 문턱을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제 겨우 한달 하고 몇일 더 판매가 됐지만, 적어도 첫 타석은 나름 그 전략이 잘 먹혀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올해 두 달치 실적, 과연 이들 전략은 여전히 유효할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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