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급발진 사고, 판 뒤집히나?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SUV 급발진 사고는 매우 안타까운 사고였다. 사연이 알려진 뒤 전국에서 운전자 A 씨에 대한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가 빗발쳤다. 하지만 이 사고로 A 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됐고, 이후 지난 5월엔 첫 재판이 진행됐다.
사고가 발생한 지 10월, 상황은 줄곧 운전자 과실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그런데 최근 이를 뒤집을 만한 상황이 벌어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탄원서가 효과를 본 것일까? 아니면 ‘키’가 될만한 새로운 뭔가가 나온 것일까? 함께 살펴보자.
급발진? 국과수 ‘운전자 부주의’
먼저 사고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보자. 강릉시 홍제동, 운전자 A씨는 본인의 SUV 에 손자 B군을 태우고 이동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굉음 및 연기와 함께 차가 가속을 하기 시작했고, 이내 신호 대기 중이던 앞 차를 들이 받았다.
A씨 차는 그러고도 멈추지 않았다. 이후 600m를 더 달려 왕복 4차로 도로를 지난 뒤, 지하통로에 추락한 뒤에야 멈췄다. 이 사고로 운전자 A씨는 크게 다쳤고, 동승했던 손자 B군은 숨졌다.
사고 이후 A씨측은 ‘급발진’을 주장했다. 하지만 사고를 분석한 국과수는
▶ 차량 제동장치에서 제동 불능을 유발할 만한 기계적 결함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 차량 운전자가 제동 페달이 아닌 가속 페달을 밟아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라는 정반대되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믿을 수 없는 결과에 A씨 측은 민사소송을 제기 했고 이를 통해 결백을 주장해왔다.
강릉 급발진, 운전자 측 주장은?
A씨측은 소송에서 줄곧 사고 전 ‘전방 추돌 경고’가 울렸음에도 ‘이것’이 작동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삼았다. 바로 AEB(Autonomous Emergency Brake)라 불리는 ‘자동긴급제동’ 시스템이다.
사고 차량의 EDR은 A씨가 사고 전 마지막 5초 동안 ‘풀 액셀’을 밟았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5초 동안 속도는 시속 110㎞에서 116㎞밖에 증가하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이를 분석한 국과수는 ‘AEB는 운전자에 의해 해제되어 작동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제조사 측 주장과 궤를 같이했다.
참고로 제조사 측은 ‘AEB는 가속페달 변위량이 60% 이상이면 해제된다’, 즉 60% 이상의 힘으로 가속페달을 밟았다면 AEB가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함을 부정했다.
의외의 경찰 판단, 뭐 때문에?
여기까지만 보면 ‘운전자 과실’로 끝이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내린 판단은 놀라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경찰은 강릉 급발진 사건을 두고 혐의없음(증거 불충분)으로 종결했다.
이유는 이러했다. 경찰은 A씨의 과실이라고 볼 만한 근거는 기존 국과수 감정 결과에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운전자 A씨의 ‘과실’로 단정짓기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해당 감정이 실제 운행 중인 차량의 엔진을 구동해 검사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분석 결과를 증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편 경찰의 판단을 두고 법조계에선 경찰이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채택하지 않고 불송치 결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곳’ 감정 결과도 국과수와 달라
국과수의 감식 결과는 한동안 화두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나온 경찰 판단과 더불어 법원에서 선정한 전문감정인의 감정 결과 역시 상반되는 분석이 나왔다. 참고로 이는 강릉 급발진사고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다루고 있는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에서 진행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음향분석 감정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은 운전자 A씨의 변속레버 조작여부였다. 앞서 사고 영상을 분석한 국과수는 급가속 당시 A씨의 차량이 최초 앞서 가던 차량(모닝)과 충돌 직전 변속레버를 주행(D)에서 중립(N)으로 바꿨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음향분석 맡은 관계자는 “사고 당시 상황을 일부 재연한 조건 하에서 변속레버를 D→N으로, N→D로 반복조작하며 샘플링한 음향데이터 발현 특성과의 동일성을 보유한 음향정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언급한 국과수의 분석 내용과 상반되는 결과다.
에디터 한마디
이번 소식과 관련해, 일각에선 ‘경찰의 판단이 제조사의 ‘차량결함’을 지적했다고는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기에 법조계 관계자는 설령 새로운 국면으로 이어지더라도, 이번에 새로 나온 조사 내용과 향후 나올 소송 결과들이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 말했다.
아직 관련 소송 일정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정말 ‘A씨의 과실’로 기운 판세는 뒤집힐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