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드셨네, 차량 압수” 강화된 음주운전 처벌, 실제로 압수됐을까?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칼 빼든 검・경
1일부터 시행, 실제 압수된 건 몇 건?
차량 압수 기준, 어떻게 강화됐나?

강화된 음주운전 근절 대책

지난 6월 말, 경찰청이 ‘검・경 합동 음주운전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은 음주운전 사망사고 야기자・상습 음주운전자 등 중대 음주운전 범죄자의 차량 압수・몰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경찰은 음주운전 사망사고, 상습 음주운전 등 중대 음주운전 사범의 범행 도구인 차량을 경찰 초동수사부터 압수 및 몰수 구형하고, 압수한 차량에 대한 몰수 판결이 재판에서 선고되지 않는 경우 적극 항소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다. 과연 현장에서 차량 몰수는 진행되었을까? 함께 살펴보자. 

확인된 압수 사례만 3건

본격적으로 대책이 시행된 건 이달 1일, 경찰은 예고대로 적극적으로 나섰다. 실제로 차량이 압수된 사례들을 보면 상습 음주운전 및 사망, 부상 사고 등이 대다수였다. 특히 1호 압수 사례는 시행 3일 만인 이달 4일 발생했다. 사건을 담당한 오산 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A 씨(25)는 경기도 오산에서 대낮에 음주 운전을 하다 보행자 등을 치고 달아났다. 이 사고로 70대 여성이 숨졌다. 

대책 적용을 놓고 검토를 진행했던 경찰은 결국 지난 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 치사) 등 혐의로 구속된 A 씨(25)의 QM6 차량을 임의제출받아 압수했다. 압수된 차량은 향후 구속 송치 될 때 차량 역시 검찰로 넘겨질 예정이다. 

이 사건 이후에는 전남에서 8번의 음주운전 적발 전력 상태에서 누범 기간 중 또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50대 운전자가 구속되고, 차량이 검찰에 압수됐다. 그리고 강원도 춘천에서도 대낮에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주차 된 차량 5대를 들이받고 차량 운전자 1명을 다치게 한 60대 운전자의 싼타페 차량이 압수됐다.

확실히 강화되기는 한 기준

사실 상습 음주 운전을 막기 위해 압수 기준이 세워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검찰과 경찰은 차량 압수 기준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형법 제48조 1항에 의거 ‘범죄 행위에 제공한 물건’은 몰수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음주 차량에 대한 몰수의 경우 적극 검토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4월, 대전의 한 초등학교 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배승아 양이 숨진 사건 이후 차량 압수 기준 강화의 시작점이 됐다. 참고로 당시 사건을 맡은 검찰은 운전자의 차량을 압수했었다. 

기준이 강화 됨에 따라 음주운전자 차량이 압수되는 경우는 아래와 같다.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자 또는 다수 부상자가 발생하거나 뺑소니 및 재범 등을 저지른 경우 
▶ 5년 내 음주 운전 2회 이상 전력자가 또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 3회 이상 전력자가 다시 음주운전한 경우 
▶기타 피해 정도와 재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차량의 압수・몰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참고로 차량 압수 이후에는 법원의 몰수 판결이 확정되면 차량 소유권은 국고로 귀속된다.

처벌이 아닌 적발? 대체 무슨 일?

앞서 대책 발표 당시, 검경은 “‘음주운전하면 차량 몰수’라는 국민적 인식이 확고히 자리 잡도록 해 국민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도로교통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음주 운전을 하던 현직 경찰관이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고 붙잡힌 것이다. 앞서 적발된 건들도 이슈가 됐지만, 대책에 중심이 되는 경찰이 벌인 사건이라 소식을 접한 이들이 느낄 배신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사건을 접수받은 경기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운전을 한 경찰은 인천 모 경찰서 소속 A 경위였다. 24일, A 경위는 음주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형사 입건됐다. 관심을 모은 차량 몰수 여부는 아직 알려진 바 없으며, 현재는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디터 한마디

사실 엄밀히 따지면 차량 압수·몰수는 음주 운전 사고 방지책에 가깝다. 이 말인즉,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가 추후 같은 사고를 다시 안 일으킨다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재범도 막을 수 있도록 하루빨리 음주 운전 이후 면허 정지 기간을 더 늘리고 무면허 운전에 따른 처벌까지 강화하는 등의 대책도 마련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