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의심사고, 이젠 좀 달라질까?
유독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운 ‘사고’가 있다. 바로 급발진 의심 사고다. 꾸준히 발생하고는 있지만, 이 중 국내서 제조사 결함으로 인정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다. 때문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이런 와중에 ‘’페달용 블랙박스’’ 설치와 관련된 소식이 전해져 화제다. 화제가 된 데는 그동안 후속 조치 중 하나로 언급되기도 했지만, 의무화 여부 때문이었다. 대체 어떻게 나왔을까? 함께 살펴보자.
공식 접수된 건만 169건,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접수된 급발진 의심사고는 총 169건이다. 2018년 39건, 2019년 33건, 2020년 25건, 2021년 39건, 2022년 15건에 이어 올해 7 월까지 18건이 더해진 건수다.
차종 별로는 경유차가 53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 휘발유 52건
▶ 전기 28건
▶ LPG 18건
▶ 하이브리드 18건
순으로 이어졌다. 이 중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는 차량 등록 대수 대비 비중이 커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 의심사고 건수는 다를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 국회의원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국과수에 조사 의뢰된 경우, 자동차리콜센터 접수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발생 건수는 더 많을 것이라 지적했다.
두 가지 경우의 수, 취지는 좋아
현재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원인으로 언급되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차량 자체 결함, 다른 하나는 운전자 판단 실수다. 여기서 ‘운전자 판단 실수’는 운전자가 액셀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세게 밟아 일어나는 경우를 말한다.
한편 국토부가 규정한 페달용 블랙박스는 엑셀과 브레이크 사이 공간에 영상장치를 설치해 실제 브레이크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기능이다. 국토부는 이것을 설치해 실제 브레이크 작동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구상이다.
의무가 아닌 ‘권고’, 이유를 보니
취지 자체를 주고 뭐라 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 소식이 곧바로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데는 이유가 있었다. 국토부는 대책을 내놓으면서, ‘페달용 블랙박스 장착’을 옵션화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제작사에 권고할 예정이다.
바로 이 점이 실효성 논란으로 이어진 부분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가격 등을 이유로 소비자가 얼마나 공감하고 실제로 장착을 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국토부가 ‘의무 장착’ 카드를 내밀지 못한 이유는 뭘까? 여기엔 ‘무역 장벽’이 있었다. 의무 장착을 하려면 국산차든 수입차든 동일하게 적용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규제가 자칫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어 설치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에디터 한마디
일각에선 이번 국토부 행보를 두고 ‘국민보다 기업에 한 발 더 치우쳤다’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건지,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인센티브제’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방향대로 자발적 장착으로 가되, 보험료 인센티브제로 유도하겠다는 플랜이다.
아주 현실성 없는 방안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시행이 된다고 했을 때, 비판적인 시각이 얼마나 빨리 수그러 들지는 현재로썬 미지수다. 과연 국토부는 다수의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페달용 블랙박스 설치 방안을 연내 내놓을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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