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V 혜택,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
내연기관차 기름값 부담이 늘어가고 있다. 이에 전기차로 넘어가려니 높은 초기 구매 비용, 충전 문제, 안전성 등 문제로 망설여진다. 이때 하이브리드(HEV) 모델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마찬가지로 비싸긴 하지만, 내연기관 차 편의성에 전기모터의 장점이 합쳐져 있다. 여기에 각종 혜택까지 준다고 하니 우선엔 나름 괜찮은(?) 대안책으로 보인다.
만약 구매하려는 차가 SUV라면, 위의 고민은 더 와닿을 수도 있다. 한 덩치하는 차량들이다보니 무작정 전기차로 넘어갈수도 없고, 순수 엔진차를 쭉 유지하기도 부담스럽다. 그런데 이 차, 같은 차라도 트림에 따라 어떤 건 혜택을 받고 어떤 건 못 받는 경우가 있다. 대체 왜 그런걸까? 함께 살펴보자.
HEV 혜택, 작은 차이로 못 받기도 해
하이브리드차 중, 저공해 친환경 차량으로 분류될 경우
▶ 개별소비세 : 100만원
▶ 교육세 : 30만 원
▶ 부가가치세 13만 원
▶ 취득세 40만 원
총 183만 원이나 되는 혜택이 주어진다. 차 값에 비하면 적긴 하지만, 안 받고 넘어갈수도 없는 금액이다. 그런데 국산차 중 이 혜택으로 쓴 맛을 본 모델이 있다. 바로 현재 모델 직전 쏘렌토 하이브리드다.
지난 2020년 3월 공식 출시된 이 차는 출시 하루 만에 계약이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진 바 있다. 이유는 저공해 친환경 차량 인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충족해야 할 기준은 15.8km,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차는 0.5km가 모자란 15.3km였다.
뜻밖의 사건으로 초래한 결과는 꽤 매웠다. 업계에 따르면 이슈가 된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계약한 사람 1만 3천여 명에 달했다.
이미 세제 혜택이 적용된 가격을 고지한 만큼, 기아는 사전 계약자의 세금을 모두 부담한 뒤 기존에 고지한 판매 금액 그대로 차량을 인도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손실 금액은 추산된 것만 3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소식으로는 불필요한 사건을 초래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어, 기아는 상품 및 연구개발 부문 담당자 3명에게 중징계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HEV 혜택, ‘이것’까지 추가해 개정
위의 중징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알려진 바 없다. 어찌됐든 수백 억에 달하는 손실을 냈으니 그에 맞는 징계가 내려지는 건 당연(?)할 수 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가 규정을 개정하는 다소 불편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미 손실 금액이 생긴만큼, 징계를 없었던 걸로 할 순 없기에 징계를 받은 담당자 입장에선 불편할 수 있겠다.
한편 바뀐 규정은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기존에 있던 규정부터 살펴보면
▶ 배기량 1000㏄ 미만 : (휘발유 리터당) 19.4㎞
▶ 배기량 1000~1600㏄ : (휘발유 리터당) 15.8㎞
▶ 배기량 1600~2000㏄ : (휘발유 리터당) 14.1㎞
▶ 배기량 2000㏄ 이상 : (휘발유 리터당) 11.8㎞
를 맞춰야 정부가 정한 친환경차량에 해당됐다. 연비가 아닌 배기량에 따라 친환경차 인증 여부가 결정되다 보니, 소비자들과 업계는 개선의 목소리를 오랫동안 내왔다. 그렇게 바뀐 규정에선 차체 크기도 함께 고려하도록 했다. 바뀐 내용을 보면
▶ 배기량 1600㏄ 미만
OR 차량 길이, 너비, 높이가 각각 4.7m, 1.7m, 2.0m인 소형차
▶ 배기량 1600~2000cc 미만
OR 차량 길이, 너비, 높이가 소형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중형차
▶ 배기량 2000cc 이상
OR 길이, 너비, 높이가 모두 중형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대형차
로 분류토록 했다. 참고로 이과정에서 연비 기준도 강화됐다. 바뀐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소형차 : 기존 – 15.8㎞, 변경 – 17.0㎞
▶ 중형차 : 기존 – 14.0㎞, 변경 – 14.3㎞
▶ 대형차 : 기존 – 11.8㎞, 변경 – 13.8㎞
앞서 역대급 사건이 벌어졌던 이전 4세대 쏘렌토 하이브리드 역시 이 덕분에 친환경차 혜택을 결국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보완이 필요한 HEV 혜택
바뀐 규정을 잘보면, 한 가지 이상한 부분이 있다. 소형차와 대형차는 연비 증가 폭이 1.2~2.0km/l로 늘어난 반면, 중형차는 고작 0.3km/l 증가했다.
실제로 규정 개정 이후, 일각에서 이를 두고 특정 차량에 편의를 바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 지적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최근 앞서 언급한 쏘렌토 하이브리드 사태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완벽한 개정’이 아니었음이 증명됐다. 이번엔 수입차다.
최근 혼다 코리아는 CR-V 하이브리드 사륜구동을 국내 출시 한 바 있다. 5천만 원이 넘는 가격이 좀 신경쓰이긴 했지만, 정부 혜택을 기대하며 적잖은 계약자가 생겼다.
그런데 이 차, 단 0.3km/L 차이로 기준을 통과 못해 세제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이 상황, 혜택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계약을 미루거나 해지하는 일이 일어났다.
비슷한 시기, 뒤이어 나온 모델들은 다른 상황이 펼쳐저 소비자들을 당황케했다. 먼저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16.7km/L를 인증받아 저공해차 인증을 통과해 혜택을 받았다.
다른 제조사와 파워트레인이지만 토요타 하이랜더 하이브리드는 13.8km/L라는 연비를 기록했음에도 친환경차 세제혜택 대상에 포함되었다.
에디터 한마디
한 업계 전문가는 현행 규정으로는 신기술을 개발해 적용하더라도 이를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이를 두고 A부터 Z까지 따지면 논란이 되겠지만, 최근 출시되는 HEV차들을 보면 어느정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출시될 예정인 가운데, 이 모델들에서 기술적 발전을 원한다면 지난 노력들부터 제때제때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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