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또 줄어드나?
최근 환경부가 내년 무공해차 보급 사업 예산을 발표했다. 업계에선 발표 전부터 예산안에 주목했다. 전기차 구매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보조금’ 때문이었다.
최근 전기차 판매 속도가 이전과 같지 않은 상황에서, 보조금이 또 얼마나 줄어들지는 이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보조금, 그렇다면 내년엔 얼마나 줄어들게 될까? 함께 살펴보자.
뚜렷하게 비교되는 성장세
최근 국내 한 연구기관이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 대수는 7만 8977대다. 전년 대비 16%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전년 대비 70%, 2021년 상반기 81% 성장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양새다.
전기차 판매량 증가폭이 주춤한 대신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는 급증해 2021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내연기관차의 19%에 그쳤던 비중이 올 상반기에는 43%까지 증가했다.
한편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단골 지적 사항인 비싼 차량 가격, 충전 인프라 부족, 충전 소요 시간에 최근 화재 위험, 수리비 문제 등이 더해지면서 실적이 떨어진 것으로 봤다.
승용차, 트럭 모두 줄어들어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내년 무공해차 보급 사업 예산으로 2조 3988억 원을 편성했다. 올해보다 1664억 원 줄어든 수치다. 여기서 국고 보조금의 경우 전기승용차는 현행 대당 500만 원에서 100만 원 줄어든 400만 원이 됐다.
차량 가격에 절반에 육박하는 보조금 때문에 한때 보조금 테크라는 말까지 나온 전기트럭 보조금 역시 줄었다. 대당 1200만 원이던 전기트럭 보조금은 1100만 원으로 승용차와 마찬가지로 100만 원이 줄었다.
감소한 보조금, 업계 움직임은?
보조금은 소비자가 전기차 실구매 가격을 수백만 원 아낄 수 있는 최대 고려 요소다. 그런데 앞서 살펴봤듯 내년도 보조금이 감소함에 따라 완성차업계는 가격을 내려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이 말인즉 시장 점유율 확대를 이어나가기 위해선 보조금 감소분을 출고가 인하로 방어해야 한다.
주요 업체들 위주로 살펴보면, 먼저 국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현대차그룹은 기존 고급 전기차 가격을 낮추는 대신 준중형·소형 전기차 등 대중형 제품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이를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보조금을 100% 받는 것은 물론 가격 접근성이 좋은 전기차 위주로 라인업을 재정비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수입차업계에선 이미 전기차 가격 할인과 마케팅 경쟁이 진행 중에 있다.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 ‘가격 할인’에 보수적이었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실제로 국내 뮤명 신차 구매 플랫폼에 따르면 벤츠·BMW·아우디 등 주요 수입차 3사는 최대 20% 가까운 전기차 할인을 실시하고 있다.
저가형 전기차, 대세로 떠오를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계에선 2000만~5000만 원대 저가형 전기차가 대거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때마침 최근 전기차 업체들이 배터리 가격을 낮춰 저가형 전기차를 양산하는 방향으로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가격의 약 40% 이상이 배터리 가격인만큼, 배터리 가격 절감이 곧 전기차 가격 경쟁력의 핵심이 될 수 밖에 없다.
사실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국내만 하더라도 테슬라가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낮춘 ‘모델Y’를 출시했다.
이에 질세라 기아는 레이EV를 2000만 원대에 출시했고, 현대자동차는 내년에 캐스퍼EV를 2000만 원대에 내놓을 예정이다.
에디터 한마디
보조금이 줄어들긴 했지만, 전체 지원 대수는 증가한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 승용차는 올해 21만 5200대에서 내년에 23만 3000대까지 늘어난다. 올해 5만 대이던 1t 전기화물차는 6만 대까지 높였다.
뿐만 아니라 충전인프라 예산도 5천 189억 원에서 7천 344억 원으로 확대돼 이동형·화재 예방형 전기차 충전기가 약 2만기 정도 신규 도입될 예정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번 소식에 대해 더많은 구매자가 전기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 말했다. 물론 이는 내년도 전기차 판매량으로 증명될 상황, 과연 소비자들은 정말 전기차를 많이 구매할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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